거리의 재발견 ③ 방산시장 베이커리 골목

우리네 인생을 담은 초콜릿을 찾아서
거리의 재발견 ③ 방산시장 베이커리 골목

시장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시장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의 어머니는 어린 소년 포레스트 검프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에 담겨 있는 초콜릿과 같다. 수많은 초콜릿을 넣은 박스를 앞에 두고 바로 다음 순간 어떤 맛을 꺼내 먹을 지 알 수 없듯 어떤 인생을 선택할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단다.” 이미 구성된 초콜릿 상자에의 선택에 만족하지 않고, 제 인생을 담은 자신만의 초콜릿을 향해 행복한 도전을 행하는 이들이 가득한 곳이 있다. 각종 이벤트 데이와 졸업 그리고 입학 시즌을 맞아 더욱 활기를 띠는 방산시장 내 ‘베이커리 골목’으로 향했다.

처음 방산시장을 방문하는 이들이 베이커리 골목을 찾기 위해서는 을지로 4가와 5가 사이의 ‘방산시장’이라는 대형 현판이 걸려 있는 입구를 지나 포장 원자재나 인쇄, 판촉물 등을 주로 판매하는 지류 도매상들 사이로 걸어가야 한다. 방산시장은 1987년경 인쇄업체들이 모여든 시장이라는 명성답게 각종 인쇄물과 포장지 등을 파는 가게들로 가득하다. 지물포를 따라 걷다가 처음 만나는 갈림길에서 청계천 쪽 대각선 상가로 들어서면 그곳이 바로 베이커리 골목이다. 원래 이곳의 가게들은 방산시장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인 60년대부터 제과점에 물품을 대는 도매상 밀집지로 알려져 있었다. 제과점에 들어갈 기구를 파는 곳이 먼저 생겼고, 자연스럽게 그 옆에 재료상이 자리를 잡으면서 알만한 이들에게는 제법 입소문이 난 베이커리 골목이 형성된 것이다. 10여분 남짓이면 오갈 수 있을 정도의 비좁은 골목 사이로 수십 개의 제과제빵 전문 가게들이 옹기종기 둘러 모여 있다.

이곳 베이커리 골목 가게들의 매력은 5000여 종의 제과ㆍ제빵 재료부터 기구에 이르기까지 원스톱(one-stop) 쇼핑도 가능하며, 이와 달리 특화된 전문 매장들에서는 개인이 원하는 개별 전문 제품들도 구입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초심자가 맨 먼저 눈여겨 보아야 할 곳은 방산시장 간판 밑 벽지매장들 사이 촘촘히 박혀 자칫 지나치기 쉬운 베이커리 관련 종합매장들이다. 이곳에서는 빵과 과자 그리고 초콜릿 재료, 파우더에서 포장지, 박스 그리고 각종 도구들이 달콤한 유혹을 보낸다. 쿠키 한번 구워본 적 없는 이가 조그마한 컵케이크를 만들겠다는 제법 거창한 마음을 먹었다 할지라도 이곳에서라면 예쁜 컵케이크 캐릭터 틀과 베이킹파우더와 초콜릿, 그리고 이를 예쁘게 포장할 일회용 용기, 비닐 포장지 그리고 박스 등을 단박에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빵ㆍ과자를 원하는 이들이 모이는 곳

그렇지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독특한 빵과 과자를 만들려는 이들이라면 조금 번거롭더라도 자신만의 간판에 자부심을 지닌 전문매장들을 찾는 것이 좋다. 가게 이름에 따라 취급하는 제품에도 다소 차이가 있다. 베이커리와 관련된 도구와 틀을 파는 곳은 이름이 주로 ‘공업사’로, 버터, 베이킹파우더, 초콜릿, 향료 등 각종 식재료를 파는 곳에는 ‘식품’ 또는 ‘상회’, 그리고 포장 재료와 박스를 판매하는 곳에는 주로 ‘재료’, ‘포장’ 또는 ‘상사’로 명명되고 있다. 세련된 종합매장보다 조금은 낡고 촌스러운 외양으로 자신들의 오랜 내공을 은근히 드러내는 가게들이 단골들의 마음을 붙잡는다.

베이커리 골목에 들어서면 골목 좌우로 초콜릿이나 쿠키 모양을 만드는 각종 몰드와 쿠키 커터 등의 공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우공업사'(d&b), '경훈공업사' 등에서는 각종 캐릭터 형태의 과자틀과 케익틀, 저울, 계량컵 등 제과 제빵에 관한 도구들을, '용천상회', '의신상회', '창진상회', '진진상회' 등 상회들은 제빵 관련 식재료들을 판매한다. 이곳에는 블루베리 시럽, 판젤라틴, 블랙베리 파우더처럼 국내에서는 쉽게 구하기 힘든 재료들부터 단호박가루, 녹차가루 같이 특화된 우리 고유의 식재료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가득하다. 특히 이중 '의신상회'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김삼순 파티셰가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훨씬 전부터 이미 전문 파티셰나 예비 파티셰들이 즐겨 찾던, 오십여 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저력 있는 매장이다.

그런가하면 청계천변의 방산시장 입구 땅콩골목에서는 수십여 가지의 신선한 견과류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대지땅콩', '공주땅콩' 등 제과재료로 활용되는 땅콩, 호두, 잣 등 전통적인 우리 견과류들을 취급해오던 이 골목의 가게들도 시대에 따라 자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전통견과류 이외에도 마카다미아, 파스타치오, 건포도 등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는 감각적이고 다양한 제품들을 수입ㆍ공급하여 제과제빵의 재료뿐만 아니라 전국 떡집들에 재료를 납품하는 견과류 전문업체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제는 복개된 남산 청계천이 졸졸 흐르던 시절, 창업한 가게를 이어받아 '공주상회'를 운영 중인 이상현 사장(51세)은 “이곳 방산시장도 ‘오늘은 결코 어제가 아니다’라는 진리에서 예외인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변신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며, 최근 홈베이크 열풍과 떡 특수 등 뉴 트렌드를 읽을 줄 알고 그러한 수요에 맞게 물품을 공급할 줄 아는 안목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전통시장 상인들 또한 보편적인 도매상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과 까다로운 고객들의 취향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역설하였다.

홈베이킹의 트렌드를 따라잡으며 명성을 유지한다

전국 최대 제과점 납품업체로 명성을 날렸던 방산시장 베이커리 골목은 최근 큰 변혁을 꾀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동네 제과점들이 유명 베이커리와 카페,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샌드위치 전문점 등에 밀려나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수십여 년간 전국 최대 제과제빵 도매시장이라는 독보적 존재로서 영광을 누렸던 베이커리 골목도 자기갱신의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골목에서 삼대째 50여 년 넘게 제과제빵을 전문적으로 취급해 온 '의신상회'의 지배경(62세) 사장은 “52년 선친 지중희(현 94세) 옹이 창업하실 무렵만 하더라도 이곳은 특화된 베이커리 시장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시장에 지나지 않았죠. 협신, 해광 등 4~5개 매장밖에 없던 이곳이 제가 제대하고 난 후 매장을 맡던 70년대 무렵부터 전국을 커버하는 제과점 납품업체 및 도매시장으로 거듭나면서 호황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주된 단골이던 동네 제과점들이 사라져가면서 이 골목 안 대부분의 가게들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홈 베이킹 전문업체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몇몇 매장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 홈페이지로 주문을 받기도 하는데 저희 아들 같은 젊은이들이 매장 운영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진 것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주요 매상을 담당하던 제과점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하더라도, 이곳 방산시장 베이커리 골목의 매출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 홈 베이킹이 보편화됨에 따라 베이킹 관련 카페와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는 베이킹 재료들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방산시장에 대적하기에는 이르다. 오히려 전문자영업자가 아닌 학생, 직장인, 가정주부 등 각계 각층의 다양한 홈 베이커들에게 방산시장은 꼭 한 번 둘러봐야 하는 홈 베이킹의 명소가 되고 있다. 실제로 방산시장 베이커리 골목을 방문하던 날, 만났던 수많은 고객들의 입에서는 ‘녹차커버춰’, ‘유산지’ ‘아몬드 파우더’ 등 전문적인 용어들이 술술 흘러나왔고, 각종 파우더에서 바닐라 향료까지 달콤하고 향긋한 제빵 재료들까지 한아름 안고 돌아가는 모습도 이곳 시장 풍경의 일부가 되고 있었다.

발렌타인데이 특수를 겨냥한 초콜릿 재료만을 전문으로 하는 상가에서는 빛깔 고운 초콜릿 재료들이 젊은이들에게 절절한 사랑에의 고백을 부추기고, 신학기 특수를 맞은 이벤트용품매장들의 호객 소리가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요즘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그렇듯, 이곳 방산시장 베이커리 골목의 웬만한 가게들에서도 현금과 카드 결제가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흥정이 많은 전통시장인 만큼 카드보다 현금으로 계산할 때 에누리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이치. 방산시장은 기본적으로 도매시장이지만 일반 고객들을 향한 상인들의 은근하고 유쾌한 프로포즈 때문에 흥정마저도 초콜릿만큼이나 달콤쌉싸름하게 느껴진다.

◈ 방산시장 베이커리 골목 안내

○ 소재지 : 서울 중구 주교동 251-1
○ 이용시간 : 일반적으로 평일 영업은 08:00 ~ 19:00
                   도매상은 대부분 토요일 18:00 이전에 영업 종료, 일요일 휴무
                   일반 매장들은 매월 첫째·셋째 주 일요일 휴무지만 매장별 차이 있음
○ 문의 : 02) 2266-8765,
www.bangsanmarket.net게시판
○ 교통편 :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7번, 8번 출구에서 도보 15분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 5번, 6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청계고가 방향 200m 지점에 위치

by 디비디바디비부 | 2010/02/18 21:33 | 서울의 재발견 | 트랙백 | 덧글(0)

◆일본 도심재개발에서 배운다 (1)◆

주민 재개발 설득에만 14년 `롯폰기힐스`
마스터플랜 나오자 3년만에 사업 마쳐

◆일본 도심재개발에서 배운다 (1)◆

롯폰기힐스에 자리잡은 TV아사히 광장.
"롯폰기힐스는 땅 주인만 500여 명이 넘고 개발을 위해 1000번이 넘는 회의를 거쳤습니다. 이런 작업을 14년간 진행했던 것입니다. 마스터플랜이 결정된 뒤 실제 공사기간은 3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몇 년이 걸리든 지주와 세입자를 설득하고 그들이 최상의 보상을 받도록 한다는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오랜 기간을 기다렸던 셈이지요."

모리빌딩 관계자는 17년에 걸쳐 완성한 `롯폰기힐스` 신화를 이렇게 요약했다. 1980년대 중반 중앙 관청거리와 가깝던 롯폰기 아카사카 지역은 나무로 건축한 노후주택이 밀집해 있고 도로 등 기반시설이 매우 열악했다. 또 인근 아사히TV 본사도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에는 다국적기업이 진출하면서 업무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롯폰기 지역은 누가 봐도 업무시설로 재개발이 필요한 곳이었다.
1986년 재개발 유도지구로 지정된 뒤 땅값 상승과 조합원 간 이견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가
1995년 도시계획 결정 고시에 이어 2000년에 들어서야 착공에 들어갔고 2003년 완공됐다.
 땅 주인이 많아 처음부터 난항이 예상됐던 이 개발 사업에 과감하게 뛰어든 기업은
모리빌딩주식회사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 역시 도로 폭과 녹지공간을 넓히는 조건으로
용적률을 획기적으로 완화했다.

모리빌딩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사업을 추진했다. 저리 대출 등으로 1000억엔을
 확보했고 1700억엔은 개발형 증권을 발행해 비용을 충당했다. 사업 용지와 시설물을 근거로
발행한 증권은 지주와 투자자들이 매입했다.

도심재생의 기본 생각은 주거와 상업, 업무, 호텔, 문화, 예술을 접목한 복합공간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유명 호텔과 명품 브랜드를 유치했고 모리아트센터와 전망대 등을
설계했다. 또 아사히TV 본사를 유치해 미디어와 문화 사업이 활성화되도록 유도했다.

주거시설은 총 4개 동을 건립해 1개 동은 땅주인(원주민 지주)들에게 분양하고 나머지는
 고급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있다. 돈벌이가 없어 관리비를 낼 수 없는 원주민을 위해서는
분양받는 집의 면적을 줄이고 대신 상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합의했다.

수백 년 된 고목들이 울창한 정원도 롯폰기힐스를 매력적인 장소로 만든다. 나무와 연못,
산책로로 구성된 이 공원은 에도시대부터 있었던 개인 저택의 정원을 그대로 살린 것이다.

그러나 롯폰기힐스가 개관 이후 지금까지 대표적인 도심재생의 표본으로 각광받는 것은
 눈에 보이는 외관보다 힘들었던 개발과정을 극복하고 모든 시설관리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리빌딩주식회사는 지주가 입주한 건물만 제외하고 모든
시설을 100% 임대 관리로 운영한다. 분양한 뒤 손을 떼는 한국의 개발업자와 다른 모습이다.

롯폰기힐스는 또 그곳에만 있는 기획점포를 운영한다.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브랜드를 미리 유치해 롯폰기힐스의 명성을 더욱 높이려는 의도다. 롯폰기힐스의 이런
노력들이 주중 하루 10만명, 주말에 13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도심재생의 명소로 만든 것이다.
명품도시로 가는 도쿄…갈수록 볼품없는 서울
첨단빌딩 즐비한 도쿄, 아파트로 빽빽한 서울

◆일본 도심재개발에서 배운다 (1)◆

일본 하네다공항과 모노레일로 연결된 하마마쓰초역에서 JR전철로 갈아타고 세 정거장을 지나 도착한 도쿄역. 이곳은 요즘 공사가 한창이다.

일본 최대 관문이자 교통 요지인 도쿄역이 재생을 위한 환골탈태의 역사를 쓰고 있다.

역 주변 공사장 차단막 벽면에는 도쿄역과 관련한 역사가 빛바랜 사진들과 함께 인쇄돼 있다. 고색창연한 도쿄역과 달리 주변은 새로 건립된 고층 오피스빌딩들이 즐비하다.

이곳을 상징하는 마루빌딩(마루노우치빌딩) 등 고층 건축물이 철거되는 도쿄역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도쿄역에서 고쿄(皇居ㆍ일왕이 사는 곳) 쪽으로 길을 건너 신마루빌딩으로 향했다. 2007년 완공된 지상 38층, 지하 4층의 빌딩이다.

2000년대 들어 시작된 고이즈미 구조개혁 이전에는 지상 8층, 지하 2층의 중저층 건물이었다. 황거보다 높이 건립할 수 없다는 규제 때문에 50년 가까이 존치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명품 쇼핑몰로 변신한 저층부와 나무와 꽃이 있는 카페가 있고 친환경 건자재를
사용한 첨단 건물로 변신했다.

쓰노다 가쓰지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 사장은 "2000년대 이전 도쿄역 주변은 각종 규제로
이런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힘들었다"며 "긴급 과제로 도심재생본부를 설치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집권 이후 기존 800%에 불과했던 평균 용적률을 1300%까지 높이고
일조권을 완화하는 등 획기적인 개혁 조치가 이런 변화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역 주변과 같이 서울역 인근도 현재 재개발 중이다. 그러나 경관은 사뭇 다르다.
KTX 개통과 함께 새 역사가 개발됐지만 마루빌딩 같은 첨단 빌딩은 찾아 보기 힘들다.
인근 재개발 지구도 아파트와 주상복합 위주로 개발된다. 용적률과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내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토해양부에 도심재생 조직을 두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실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나 개발사업자의 인식 자체가 도쿄 미드타운이나 롯폰기힐스 같이 중장기적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도심재생보다 재개발과 재건축, 뉴타운 등 주거정비와 주택공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도시재정비촉진법도 도심재생을 목표로 두고 있지 않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금 같은 추세라면 도쿄는 2020년 이후에도 글로벌
 도시로 위상을 유지하는 반면 2005년에 세계 20위권이었던 서울은 20위권 밖으로 밀려나
 2025년에도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皇居주변 규제풀어 도쿄역 인근 초고층 재개발
용적률 높이는 대신 녹지 늘려 친환경개발
인구ㆍ자본 유입되면서 글로벌 경쟁력 커져

◆일본 도심재개발에서 배운다 (1)◆

도심 재개발이 한창인 도쿄역 주변.
지난 2일 도쿄역 인근 마루노우치 지역에서는 중요한 행사가 열렸다. 마루노우치 지역 2단계 개발 성과 중 하나인 미쓰비시그룹 1호관 준공식이 열린 것이다. 고층 건물로 `재생`되기 전에는 은행이나 오피스였던 저층부에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들이 들어서고 칙칙했던 주변 거리는 공원과 같은 녹색 공간으로 다시 탄생했다.

고쿄(皇居ㆍ일왕이 사는 곳)가 바로 옆에 있다는 이유로 개발이 막혔던 도쿄역 주변은 지금 일본 도시재생사업의 생생한 현장이 되고 있다. 재생의 중심에는 땅주인이 모여 설립한 마치즈쿠리협의회가 있다. 협의회는 도쿄도의 적극적인 지원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도심 경관을 바꿔 나가고 있는 것이다.

초점은 역사성을 살리면서 땅의 가치를 높여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에 있다.
 완화된 특례 용적률을 적용해 건물을 올리면서도 저층부를 고쿄 높이인 31m까지 차별
설계했다. 옛 건물의 모습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층 건물을 짓는 대신 도로와 공원을 넓혀 쾌적한 도심을 구현한 점도 눈길을 끈다. 용적률
이전과 용적률 할증 등 규제 완화를 활용해 땅의 가치와 사업성을 높이는 대신 지상에는
더 많은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친환경 개발 사례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재생기법을 선구적으로
보여준 곳은 도쿄 미드타운이다.

롯폰기역에서 지하 통로로 이어진
 미드타운 지역은 연일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1층 미드타운
타워 광장에서 미드타운 이스트
건물 사이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눈앞에 넓은 공원이
 펼쳐진다. 각종 꽃과 나무, 연못과
 실개천, 잔디 광장, 놀이터 사이로
미술 조형물들이 배치돼 있어 야외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2007년 복합타운으로 탈바꿈한
미드타운은 원래 일본 방위청이
있었던 자리다. 방위청이 들어서기
 전에는 미국 장교 숙소였다.
방위청 주변에는 수십 년 된 낡은
주택과 상가 건물이 밀집해 있고
건물 사이로 난 골목은 너무 좁아
 소방차도 들어오기 힘들 지경이었다.

미드타운 개발이 급물살을 탄 것은 일본 도시 개발 지침이 바뀐 2000년대 들어서다. 도시
 재생의 목적에 맞춰 방위청과 주변 지역을 분할하지 않고 한 덩어리로 매각하기로 도시계획
결정을 내렸다. 민간 사업자가 주도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도를 반영하는 일본식
도심 재생이 발동한 셈이다.

기본 방침이 확정된 뒤 2001년 방위청과 주변 지역 터를 미쓰이부동산 컨소시엄이 확보했다.

오랜 준비 끝에 삭막하고 지저분했던 방위청과 주변 10만2000㎡ 터에는 지하 5층~지상 54층,
248m 높이의 미드타운 타워를 비롯해 미드타운 이스트와 웨스트, 플라자, 파크 레지던스 건물,
 사업지 면적의 40%에 달하는 공원과 정원이 조성됐다.

미드타운 개발 프로젝트는 미쓰이 컨소시엄이 용지를 확보한 뒤 2년 남짓한 기간 안에
마스터플랜이 수립됐고 2004년 5월 민간 도시재생사업으로 인정받았다. 도심 재생 인정
사업에 대해 6개월 안에 인허가를 끝낸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으로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04년 착공에 들어간 미드타운은 3년 만인 2007년 초 완공됐다. 시게키 워카바야시
 도쿄도 도시개발정책 총괄과장은 "기간을 단축해 달라는 민간의 요청이 있어 이를 정책에
 반영했다"며 "그 결과 미드타운 개발 프로젝트는 인허가 단축의 대표적인 수혜 지역이 됐다"
고 강조한다.

도쿄 미드타운은 사업 기간이 짧았다는 것 외에도 방위청의 기존 수목과 모리 별장 공원 보존,
아트뮤지엄과 산토리미술관 등 자연과 역사, 문화를 조화롭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는다

by 디비디바디비부 | 2009/10/21 22:48 | 디자인을 말하다 | 트랙백 | 덧글(0)

◆일본 도심재개발에서 배운다 ②◆

日 도시재생법 참여 스노다 사장
도심재생 통해 경기부양 효과

◆일본 도심재개발에서 배운다 ②◆

"일본에서 도시 재생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버블 붕괴에 따른 도심 땅값 하락과 장기 불황, 도심 유입 인구 감소, 제조업 후퇴와 서비스 산업 발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결과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도시 재생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고령 인구가 도심으로 유입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지요."

스노다 가쓰지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 사장은 도시 재생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수십 년간 일본 부동산시장과 정책을 연구했고 2002년 도시재생법을 만들 때 참여한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고이즈미 개혁이 시작되기 전에는 도심보다는 인구 분산과 균형 발전을 중시해 신도시 개발에 역점을 두었으나 이것으로 경기 침체와 도심 공동화, 산업구조 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며 "도시재생본부가 출범하고 7년이 지난 지금 도쿄 중심부 땅값이 재생 프로그램 이전에 비해 3%가량 오르고 인구가 도심으로 모이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완공까지 기간을 정해 놓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민간 기업 만족도가 높습니다. 또 용적률 상향 등 각종 인센티브로 민간 개발 능력을 극대화한 것도 성과를 보고 있습니다."

스노다 사장은 "한국 용산 개발 프로젝트도 용지 확보 비용 등 많은 난관이 있지만 주민을 설득하고 비전을 보여 주면서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며 "정부도 단순한 뉴타운식 개발보다 도심 재생 개념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by 디비디바디비부 | 2009/10/21 22:47 | 트랙백 | 덧글(0)

◆일본 도심재개발에서 배운다 (3)◆

강가 버려진 창고, 강물 흐르는 첨단빌딩 탈바꿈
日후쿠오카 `캐널시티`ㆍ기타큐슈 `리버워크`
서울시 추진` 한강르네상스` 벤치마크로 꼽혀

◆일본 도심재개발에서 배운다 (3)◆

주변에 흐르는 강물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자연과 조화를 극대화한 후쿠오카 캐널시티 모습.
도쿄에서 약 30㎞ 떨어진 요코하마는 도시 재생에 성공해 주변에서 중심지로 환골탈태한 곳이다. 특히 `미나토미라이21` 지역은 오래된 항구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 도심을 되살린 모범을 보여줬다. 후쿠오카 캐널시티와 기타큐슈 리버워크도 강 옆에 방치된 터를 활용해 도시 기능을 되살린 사례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가 이런 일본 프로젝트를 참고해 한강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개념 수립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철도역과 같이 한강 주변도 아파트와 주상복합 등 주거중심으로 재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반포 압구정 잠실 등 아파트 단지가 많은 곳은 더욱 그렇다.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은 도쿄 도심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달리거나 전철로 30~40분 가면 도착할 수 있다. 전철역에서 내리면 지하 통로와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대형 쇼핑몰과 호텔, 오피스가 입주해 있는 고층 빌딩으로 바로 이어진다. 주말이 아닌 오후인데도 세련된 스타일로 차려 입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미나토미라이21`은 요코하마 도심에 있던 조선소ㆍ창고 용지와 매립지를 주변 지역과 연계해 재생시킨 곳이다.

용적률을 완화해 건물을 높게 짓게 해 주는 대신 건축물 디자인과 녹지 조성 등 공공개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도록 했다.

개발이 추진된 것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미나토미라이21`이라는 이름도 1980년대 생겼지만 재생사업이 급물살을 탄 것은 2000년대 이후다. 아직도 `수변 활용`이라는 동일한 개념에 근거해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강과 물을 활용한 일본 도시 재생사업에서 빠지지 않는 사례가 후쿠오카 캐널시티와 기타큐슈 리버워크다. 도쿄 롯폰기힐스와 마찬가지로 캐널시티도 오랜 노력 끝에 결실을 본 사업이다. 개발회사와 지주, 지방자치단체가 셀 수 없이 많은 회의를 통해 개발과 관련한 합의점을 도출했다.

그 결과 후쿠오카를 관통하는 강 바로 옆에 있던 버려진 방직공장 창고를 빌딩 안으로 강물이 흐르는 첨단 건축물로 탈바꿈시켰다. 지금은 연평균 130만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캐널시티 개발을 총괄한 도 겐니치 후쿠오카 지쇼 이사는 "물과 바람, 공기 등 자연을 결합한 독특한 설계와 더불어 쇼핑도 하고 영화와 뮤지컬도 볼 수 있는 복합 기능을 적용한 것이 사람들을 유인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지금도 인구 성향 등을 분석해 입주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마케팅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며 "이런 사후 관리도 캐널시티를 유명하게 만든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백화점 창고로 방치됐다가 되살아난 리버워크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완결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변에 있던 성(城)과 공원을 고려해 개방감을 높였고 옆에 흐르는 강과 건물이 하나 되도록 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 설계를 담당했던 히라쓰카 노리아키 씨는 "개별적인 것으로 보였던 경관을 전체로 재인식할 수 있는 개념을 도입했다"며 "이는 수변공간이라는 조건을 충분히 활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리버워크는 개발업체인 후쿠오카 지쇼가 지주들에게 위임을 받아 전체 사업을 대행했다. 또 부동산을 증권화해 자금을 조달했으며 언론사와 문화예술, 쇼핑, 대학을 한곳에 모았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리버워크는 지방 도시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수만 명이 다녀간다.

■ 한국형 첫 수변 재개발, 용산 한강로 순항할까?

서울시도 수변공간을 활용한 도시 재생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개념만 있거나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의도와 뚝섬은 개발 방안만 나와 있다. 그나마 도심 개발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용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한강로 주변이다.

한강로 개발은 한강에서 용산을 거쳐 서울역과 남산, 광화문을 연결하는 새로운 도심축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강로는 서울 중앙에 위치하고 앞으로 개발이 끝나면 강남 테헤란로와 더불어 서울을 대표하는 신흥 비즈니스 메카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업계에서는 용산국제업무단지를 비롯해 굵직한 도시 개발사업과 한강르네상스 등 친환경 도시 재생사업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2017년 한강로 가치는 급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무지구에는 높이 645m짜리 랜드마크빌딩이 들어서고 20~70층 규모 빌딩 30개 이상이 신라시대 금관 모양으로 건립된다. 주변에 있는 한강은 호주 시드니나 미국 뉴욕에 버금가는 미항으로 만들 것이라고 사업자 측은 설명한다. 또 지하로는 국제업무지구와 용산역, 용산공원, 한강까지 이어지는 용산링크가 조성된다.

한강로 개발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곳이 동자동이다. 한강에서 시작해 용산으로 올라가는 개발 축과 광화문에서 시작해 용산으로 내려오는 개발 축이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는 업체는 동부건설이다. 동자4구역과 2구역, 8구역을 재개발할 계획이다. 동부건설은 이런 입지를 고려해 일본 도심 재생 개념을 적용하기로 했다.

2013년 완공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동자4구역은 `동부 센트레빌 아스테리움`을 통해 주거, 문화, 비즈니스, 자연이 공존하는 복합문화단지를 선보일 방침이다.

최고 지상 35층짜리 총 4개동으로 건립된다. 단지 안에 공원과 은행, 병원, 영화관, 골프존 등 상업과 문화시설을 유치할 방침이다. 11월 분양이 예정돼 있다.

by 디비디바디비부 | 2009/10/21 22:43 | 디자인을 말하다 | 트랙백 | 덧글(0)

나를 공격하는 디자인? /그러나 중요한건 덧글이 더중요한것같아


-기자 M씨가 돌아본 공공디자인의 하루
하루동안 돌아본 공공디자인의 단면들
금지가 아닌 배려와 포용의 자세가 필요

박태원은 그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주인공 구보의 하루 일과를 통해 당대의 일상을 그려냈다. 특별한 목적 없이 걷는 구보가 길 위에서 만나는 것들은 모두 우연적이고 일상적인 것이지만, 이런 것들에 대한 서술은 기존 역사서술의 방식에서 소외되어 있던 도시와 도시민들의 삶에 대한 소중한 기록이 된다.

새벽 요기에 잠에서 깼을 때 머릿속으로만 몇 번이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상상을 하듯, 이른 아침 같은 마음으로 회사로 가는 길을 상상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때 대부분 그 길 위의 세세한 풍경은 기억나지 않는다. 고은의 시 ‘그 꽃’(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못본 그 꽃)에서처럼 매일 올라가듯 살기만 한 터일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하루쯤은 목적과 결과라는 대로를 벗어나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살짝 흉내 내서 말이다.

가벼운 지갑으로 무작정 길을 나선다. 다행히 서울에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갈 수 있는 곳이 많다. 우선 집 앞의 인도를 걷기 시작한다. 도시의 여름이 이렇게 뜨거운 것이었나. 확 불어오는 열기에 땀을 닦다가 이내 이것이 지하철 환풍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는 걸 알아챈다. 문득 영화 속 마를린 먼로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 당사자가 되었을 땐 꽤나 불쾌할 테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차도 쪽으로 방향을 돌린 환풍구도 등장했지만 하얀 수증기를 쉴 새 없이 내뿜는 회색 설치물 또한 그리 유쾌한 풍경은 아닐 것 같다. 또한 이때 자전거를 타고 차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들이 다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창문을 열고 있는 자동차 안의 사람들도 물론이다. 그들도 보행자라는 기준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환풍구는 도로 위 보행자의 보행권을 보호한다는 기준에만 철저하다. 그 크기 때문에 숨기기 힘든 설치물이라면 모두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그 특성과 어울리는 조형물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요즘 여기저기서 분수를 설치하는데, 애써 물줄기를 만들지 않더라도 늘 뿜어져 나오는 바람를 형상화시킨다면 꽤나 신선한 디자인이 되지 않을지. 배려와 아이디어가 아쉬운 순간이다.


환풍구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담배꽁초를 버리지 말라는 경고뿐일까?

다시 발길을 옮기는 순간, 공사 중인 보도를 덮어놓은 천막이 눈에 띈다. 요즘은 건설현장의 공사가림벽에도 갖가지 디자인을 더해 보기 좋게 만들고 있는데, 이런 공사가림천까지는 신경을 쓰기 못하는 것인지. 비용의 문제가 있겠지만 사용 후 수거해서 재사용할 수 있는 가림천을 만든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잘 디자인된 가림천 위를 걸을 때, 바다 위를 걷는 느낌, 혹은 도시 이면의 한적한 골목을 걷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이어지는 생각들을 머금고 또 다른 골목으로 발길을 옮긴다.


미관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공사가림천의 디자인 변경이 절실하다.

도시의 곳곳에는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늘이 내린 벤치를 발견했을 땐 꼭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잠시 앉아있고 싶어진다. 새로 디자인된 벤치인지 앉는 사람마다 팔을 걸칠 수 있도록 칸이 나눠져 있다. 자기의 공간을 중요시하는 요즈음 벤치에서도 내 공간을 점유할 수 있다는 것은 꽤 그럴듯한 일이다. 지하철 좌석 중 사람들이 기둥이 서있는 맨 끝 쪽 자리를 선호한다는 것을 여러 개의 기둥을 세움으로써 해결한 것만큼이나 말이다. 그러나 문득 이러한 생각도 든다. 이 한적한 공원, 나무가 내려준 그늘 밑으로 드러누워 누릴 수 있는 여유는 더 이상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칸칸이 나눠놓은 벤치의 팔걸이들은 오히려 이러한 생각 자체를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규정짓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의 권리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하에서 작은 여유를 누리고 싶은데 그보다 먼저 “그러면 안돼!” 하고 선언하듯이 견고하게 서있는 팔걸이 앞에서 약간의 불쾌감이 들기도 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 그리고 그것을 디자인하는 공공디자인은 말 그대로 다수의 사람들의 편리와 공익을 위하여 만들어진다. 그 유념대상 또한 보편적 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그 보편적 다수의 폭을 넓혀 더 많은 사람과 다양한 취향, 상황들을 포함하려는 노력에는 힘을 기울이지 않는 것 아닐까. 자유로운 취향으로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필요에 의해 그곳에 누우려 하는 사람에겐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 그들이 벤치의 팔걸이를 발견했을 때 보편적 다수에 들어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야만 하는 것인지. 보편적 다수의 틀이 스스로를 넓힐 수 있는 힘, 그 포용의 힘이 아쉬운 대목이다.


개개인의 자발적 배려에 의한 질서가 아니라 금지에 의한 질서를 요구하는 것 같아 아
쉽다. 공공과 함께가 아니라 공공의 위에 서있는 디자인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다시 동네 골목으로 들어선다. 소설가 이인화는 한 인터뷰에서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이 시대 대다수의 도시인들은 더 이상 시골의 풍경을 고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들에게 시골은 다만 새로운 경험에 대한 신기함이거나 혹은 두려움에 가까울 뿐 오히려 늦은 밤의 가로등, 그리고 잠시 앉게 되는 집 앞의 계단이 더욱 고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에 동감하며 가로등에 기대는 순간, 어깨를 찌르는 촉감에 또 한 번 깜짝 놀라게 된다. 가로등을 감고 있는 회색 피복, 그 뾰족하게 올라선 무늬는 꼭 나를 밀어내는 것만 같다. 전단지 부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방법이라고 하지만, 분명 상당히 위협적인 대목이다. 그것이 실제로 나를 찌르든 안 찌르든 간에 그 의미를 생각하자면 말이다. 전단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꼭 이렇게 그것을 밀어내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이건 어떤 문제에 대한 대안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방지와 제거에만 몰두하는 공격적 방안의 한 예는 아닐 런지. 전단지를 합법적으로 부착할 수 있는 공간, 혹은 전단지를 대체할 만한 방안을 제시하면서 그 해결점을 모색하는 포용의 미학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이즈음 하루 산책의 끝으로 이러한 생각들이 밀고 들어온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면서 이 도시의 풍경 또한 더 나은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도시는 더 아름다워지고 더 편리해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때 우리 공공디자인의 본질, 그리고 그것이 포용해야 할 도시와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한 문제 또한 중요할 것이다. 적어도 공공, 그리고 우리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말이다. 금지에 의한 질서가 아니라 개개인의 배려에 의한 질서, 그리고 여타의 문제에 대한 배척이 아닌 포용으로 만들어지는 공공디지안, 우리의 위가 아니라 우리의 곁에 있는 공공디자인은 아직 먼 것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이 도시의 번외자가 아닌지. 이 도시가 나를 공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4campas화강판석을 덮어놓은 천은 가림막기능이아닌 몰탈의 습윤양생을 위한 보양기능의 부직포입니다...전문적인 지식의 기초가 아쉽네요. 2009-08-10
3eskkk공공 디자인의 기본은 구가 경재력과 완성도 높은 정책과 시민 의식 수준입니다. 시민 의식은 공공디자인으로 바꿀 수입습니다. 허나 국가는 공공디자인이 그저 이쁘게라고 알고 있는것 같습니다. 공공디자인의 기본은 사람입니다. 2009-08-10
2eskkk전단지를 합법적으로 붙일 공간이 생긴다면 돈을 내야 하겠죠. 올바른 방법은 아닐것 같습니다. 2009-08-10
1eskkk팔걸이가 아닙니다. 노숙자가 누워 자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물론 칸을 나눌 의도도 아니고요. 2009-08-10

by 디비디바디비부 | 2009/10/02 16:16 | 디자인을 말하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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